요시모토 바나나(Banana Yoshimoto)의 데뷔작『키친』
키친은 <키친/만월(키친2)/달빛 그림자> 이 세가지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책을 번역한 김난주 씨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행복한 <상처깁기>의 원형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또한, 본의 아니게 타인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입히며 살아간다.
몸에 난 상처는 치료를 하면된다.. 하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마음에 난 상처는.. 보이지 않으니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김난주씨가 말하는 행복한 상처깁기가 뭘까.. 행복한 상처깁기가 가능할까..
난 이책을 통해.. 행복한 상처깁기란 상처를 감추는 것이 아님을 어렴풋이 느꼈다..
상처를 일시적으로 감출수는 있다. 하지만.. 감추면 감출수록 그 상처는 속에서 덧나고 곪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상처는 상처.. 그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일지도 모른다.
억지로 감추거나 지우려 한다면 오히려 덧날지도 모르니까..
그냥 그대로 두면.. 언젠가는 새살이 돋아나지 않을까.. 언젠가는...
<만월>에서 미카게의 생각..
『 사람이란 상황이나 외부의 힘에 굴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내면 때문에 지는 것이다.』
『 정말 좋은 추억은 언제든 살아 빛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처롭게 숨쉰다.』
<달빛 그림자>에서, 감기에 걸린 사츠키에게 우라라가 말한다..
『 지금이 가장 힘들 때예요. 죽는 것보다 더 힘들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마 더 이상은 힘들지 않을거예요. 그 사람의 한계는 변하지 않으니까. 언젠가 또 감기 걸려서, 지금처럼 아플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본인만 건강하면 평생, 없을 거예요. 그래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지겨워서 넌더리가 날 수도 있겠지만, 이까짓쯤 하고 생각하면 덜 힘들지 않을까?』
이까짓쯤... 이까짓쯤...
여름은 언제나 내게 시련을 주는 계절이었던 듯 하다. 친구가 아프단 소식을 들은것도 여름이었고, 그 친구가 영영 떠나버린 것도 그 이듬해 여름이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도 여름이었다. 소중한 사람이 내 곁을 떠날땐, 언제나 여름이었다.
내 기분을 피부가 먼저 안것일까.. '햇빛 알러지'라는 것이 생겼다.. 햇빛 때문에, 얼굴피부가 엉망이 되었다.
이번 여름은 나에게 모자로 얼굴을 다 가리고 다니는 영광까지 주었다.
소중한 사람들이 떠나고.. 몸도 마음도 지쳤다.. 그까짓쯤....
지난 한달은 뒤돌아 선채 보냈다. 앞으로 보지 않고 뒤를 바라보니, 결국 현재는 없고 과거만 존재했다. 지나간 과거들.. 미래는 현재가 되어 돌아왔지만.. 뒤돌아선 나는 그 현재마저 과거가 되어서야 알게되었다.
이젠 다시 앞을 향해 돌아서야지.. 그리고.. 사츠키처럼.. 조금씩 걸어가야지..
다 쓰고 보니.. 분류를 책이야기에 넣어야 할지.. 나의 이야기에 넣어야 할지 난감하다..
책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그냥.. 책이야기에 분류했다. 이런것으로 고민한다는 것도 우스우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