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인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학교정문에선 장애우의 날 기념행사(?)까지 열렸다.
신문에선 특정연예인이 장애우의 날을 맞아 장애학교를 방문했다는 기사를 보도했으며, 평소엔 안그러다가 이런 날만 찾는다는 내용의 리플들도 많이 보였다.
이런류의 기사들은 연말이나 명절에도 많이 나오곤 하는데.. 그런 기사가 나올때면 또 다른 무리들은 그런 사람들은 특정한 날에라도 장애학교 방문이나 불우이웃 돕기를 하느냐는 식의 대중을 향한 질타가 쏟아지곤 한다.
둘다 맞는 말이다.
예전에 tv에서 고아원 원장의 인터뷰를 본적이 있는데, 특정한 날에만 연예인들이 대거 찾아오고 평소엔 다시 휑~한 고아원이 아이들에겐 더 적응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는 거였다.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또.. 딴 곳으로 얘기가 흘러가 버렸는데.. 내가 하고자하는 얘기는 그런건 아니고...

뒤늦게나마..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작년 가을의 나의 경험을 얘기하고자 한다..
난 그때 장애우에 관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현주소를 체험하고야 말았다.
그 당시엔 나도 많이 암울한 시기여서 이런 얘기를 할 용기가 나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2005년 9월.. 귀가하던 중 움푹 패인곳을 헛디뎌 넘어짐과 동시에 차와 헤딩을 하는 바람에.. 다치게 되어 4개월간 깁스를 하게 되었다.
석사졸업논문도 써야하고 졸업후 취업 및 진학을 결정해야하는 시점이었으므로, 내게 있어 엄청난 악재였다. 어쨌든.. 그로인해 나는 거의 누워서 지내야 했고, 그덕에 살도 많이 찌고.. 암울암울암울했다..-_-ㅋ
그러다가 졸업논문 때문에 학교에 가야할 일이 생겼다. 하필.. 내가 다리가 다쳤던 그 즈음엔 부산에서 APEC이 열리고 있었다.. 그 말은 2부제를 한단 말이다.. 하필 그날이 짝수날인지라..(물론, 당시 내겐 차가 없었고, 엄마차는 짝수번이다..) 1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에,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거의 종점과 가까워서 버스는 앉아서 갈 수 있었다. 그리곤 서면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러 갔다. 지하철 타러 가는 길 내내.. 엄청난 수의 계단과 짧은 신호등 신호에 진땀흘려야 했다.
그리곤 여차 저차 하여 엄청난 시간을 들여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서면은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지점이라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그날도 그리 한가하진 않았다. 지하철을 타는데, 지하철 사이 간격이 왜그리 넓은지 평소에는 느끼지 못한 엄청난 어려움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다.. 지하철을 탈때부터 깁스한 다리가 힘겨웠던지라 약간 지체했던 것 같다. 30분을 더 가야하는거리라 어찌할까 하는 찰나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그리곤 한발짝을 떼는데,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내 등을 세게 밀치며 말했다.
"다리 병신이 집에나 있지 뭐할라고 나와서 사람 귀찮게 하노?"
그러더니 내 앞 빈자리에 털썩 앉는게 아닌가.. 외모만큼은 참으로 멀쩡하게 생긴 중년의 아저씨였다.. 앉을 자리가 필요했다면.. 그냥 비켜달라고 하면 됐을 것을..
그 순간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되어.. 그자리를 황급히 빠져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그리곤 구석진 부분으로 조금씩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그리곤 나는 그 다음역에서 내려서 5분간은 혼자 흐느껴 운것 같다..
일시적인.. 단 4개월간의 다리 깁스였다.. 그럼에도 나는 그 순간 너무 서러웠다.. 그런데 만일 내가 정말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었다면 어땠을까..
그 후 나는 깁스를 풀때까지 외출하기가 아주 꺼려졌다. 왠만해선 지하철이나 버스를 피했고..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때는 아예 기둥과 같이 의자가 없는곳으로 피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쩔수 없이 의자가 있는 곳에 서게 될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면했고, 그나마 자리를 비켜주는 사람은 나이가 지긋이 드신분들이셔서 오히려 내가 죄송스러웠다.
그리고 난 4개월간의 시간이 지난 후, 조심해야하는 기간임에도 깁스를 풀어버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그 후로, 지하철을 탈 때면 자리에 앉지 않는다. 물론 모두가 다 앉아있는 정말 한가한 지하철을 제외하곤.. 왠지 내자리가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지하철을 타더라도 꿈쩍도 하지 않는 젊은 사람들을 볼때면.. 내가 더 부끄러워진다.. 우리 모두가 언제나 건강하리란 법도 없다(물론 악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_-). 언제까지나 늙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한 얘기는 모든 사람이 모두 장애인에게 무례하게 행동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잠시나마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에 관한 현주소에 대해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혼자생각이다.
장애인에 대해, 그리고 노인분들에게.. 불우이웃에게.. 특정한 날에만 시끄럽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조금은 더 세세하게 작은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Posted by 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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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lam
    2006/04/25 15:5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으음.. 그때.. 이 이야기 듣고 엄청나게 놀랐다.. 어이 없다..-_-;;
    나이 먹을 만큼 먹은사람이.......;;
    암튼 그때 다리 불편한데 학교 다니느라 넘 힘들었을꺼같다..
    앞으로도 조심해서 다니공..^^ 아자 화이팅~!!
    • 2006/04/27 20:35
      댓글 주소 수정/삭제
      음.. 다 지난일이지..
      그래.. 이젠.. 학교가는게 아주~~편하지..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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